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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교사들

이번 여름, 주말마다 수십만의 선생님들께서 거리로 나와 목 놓아 절규하였습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 달라, 교육이 가능한 학교가 되게 해 달라, 그렇게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교원단체 또한 힘을 모아 공동결의문과 국회 입법 공동요구안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예산과 인력 지원 방안이 빠져 있어 언제 얼마나 현장에 안착할지 우려가 큽니다. ‘학생 생활지도 고시’는 문제 행동 학생 분리를 지원하는 방안 없이 대부분 책임을 학칙으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그 사이 2학기의 시간은 흘러가고, 선생님들께서는 여전히 학생의 문제행동과 과도한 민원, 아동학대 고소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장 간절히 요구하였던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은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현장 요구를 담은 법안들 또한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는 과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는 한 것인지, 법 개정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교원단체 연대는 교육활동 보호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적 입법 마련을 촉구하며, 정부와 여·야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즉각 개정해 주십시오. 현행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 내 아동학대 대응을 상정하고 마련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두 법률이 학교에 그대로 적용되다 보니, 학부모의 단순 민원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 이어져, 신고 이후에 교사에 대한 분리 조치가 이뤄지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과 다른 학생들이 학습권까지 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방식과 학교 내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개입 방식은 달라야 합니다.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학교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안의 신고와 처리 등은 교육청에서 전담하도록 두 법률을 즉각 개정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2. 현재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교권보호 4법을 현장 요구를 담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여야 합의와 의결이 이뤄진 법안들도 일부 있지만, 현장의 요구를 충분히 담았다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동학대 신고 시 수사당국에 의견 제시, 아동학대 신고 시 교원의 직위해제 요건 강화, 수업 중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 조치 후 지원 인력, 치료 권고 등 법률 명시, 보호자 등 교육활동 침해행위자 교권보호위원회 인정 시 특별교육, 심리치료 이수 등은 반드시 법안 개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3. 분리된 수업 방해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을 마련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해 주십시오. 지난번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학교에서는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은 고시 이후에 더 혼란에 빠졌습니다. 분리할 수 있는 공간과 분리 학생을 지도할 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분리된 학생을 위해서는 별도의 공간과 전담 인력, 이들 학생을 위한 전문적인 중재 및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특히 분리 조치 가능성이 큰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의 실태 파악과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법률적 뒷받침이 꼭 필요합니다. 교육 당국과 국회는 분리된 학생 지도에 대한 책임을 일선 학교에 떠넘기지 말고, 재원과 인력 마련을 위한 지원 법안을 제대로 만들어 주십시오.

4. 교육 당국과 국회는 교권보호 제도 뒷받침을 위한 교육 예산을 확보해 주십시오. 교육부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에서 밝힌 정책 제안들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는 2024년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7조 1,000억 원이나 감액해 편성하였습니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제도 뒷받침 의지는 결국 인력과 예산 지원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당국과 국회는 교권보호에 대해 합당한 예산 확보로 그 실현 의지를 명확히 밝히십시오.

5. 마지막으로,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보호 법안과 아동학대 관련 개정 법안을 9월 정기국회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이들 법안에는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 위에서 나온 법안들입니다. 이에 연대 교원단체들은 이들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관련 법안들을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합니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 눈물로 외쳤던 30만 선생님들의 외침은 학교 현장의 구체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서이초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이어 계속된 선생님들의 슬프고도 억울한 죽음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야는 더 선생님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입법 성과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여·야가 현장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30만을 넘어 50만 전체 교원의 준엄한 함성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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